2015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삭센다는 비만치료제의 신기원을 연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부작용이 심한 향정신성의약품 일색이었던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과 97% 유사한 삭센다는 공복감을 줄여 음식을 덜 먹게 하는 효과가 있다. 출시된 지 5년 만인 지난해 삭센다는 1조원 넘게 팔렸다. 북미, 유럽 등에서는 7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삭센다의 등장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의 잠재력이 현실화했다"며 "차세대 비만치료제는 삭센다를 경쟁 상대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브메타파마와 셀리버리는 '렙틴'이란 호르몬에 주목하고 있다. 랩틴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조절한다. 비만 환자는 랩틴이 제 기능을 못한다. 그 결과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된다. 두 회사의 후보물질은 랩틴의 기능을 정상화한다. 노브메타파마는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12주 만에 환자 체중이 최대 3%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삭센다는 52주간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체중이 5~10%가 감소했다.
이헌종 노브메타파마 부사장은 "신경전달물질을 인위적으로 분비하게 하는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랩틴을 정상화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다"고 했다.
삭센다보다 투약이 편리한 제형 개발에도 관심이 높다. 삭센다는 환자가 매일 일정량을 직접 주사해야 한다.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글루카곤 아날로그'는 약물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원천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일주일에 1회 투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셀리버리와 노브메타파마는 경구제를 개발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도 삭센다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삭센다와 유사한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일주일에 1회 주사하면 된다.
노브메타파마와 셀리버리는 비만과 함께 인슐린 저항성에도 효과가 있는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 셀리버리는 동물실험에서 쥐의 혈당이 67%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비만 환자는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며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당뇨까지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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